스며오는 열패감

그러니까 그 꼴을 또 보고 말았다.

지금 나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핑계를 댄 것이 이번으로 몇번째인가

열패감

나는 딸이나 치고 있는데 어떤 놈은 그것을 차지한다.

열패감

돌이켜보면 나는 너무나 자주 그랬다.

이제는 익숙해질줄 알았던 그 감정들에 여전히 무력하다  

 

n년 동안 이어온 n번의 실패

통계적으로도 이제는 되는 것이 마땅해진 확률

평균에 훨씬 미치지 못한 나의 자격

위대함을 꿈꿨는데 좆밥이 되어 버렸다.

 

오른쪽 볼 아래의 어딘가가 자꾸 아팠다.

처음엔 여드름인가 했는데 그보단 누군가에게 스트레이트로 맞았을때의 고통에 가까웠다.

더불어 머리도 아팠다.

사실 머리가 더 아팠다.

사무실 간이 침대에 누워 지금도 나는 앓고 있다. 

입술은 다 터졌고 시력은 더욱 나빠졌다.

 

요 몇년간 몇번이나 최악의 상황을 갱신했는지 모른다.

n년 동안 이어온 n번의 이 지긋지긋한 실패는

오로지 나의 부족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내 이성과 감성을 구성하고 있음을 안다.

그럼에도 이 짙고 오래된 무력감을

사뿐히 이겨내는

내 아집은, 내 욕망은, 나의 꿈은,

이 안에서 꿈틀대며 끊임없이 내 안에 희망을 불어넣는다.

 

모든 걸 잃는다 해도 내 꿈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나의 약속은 지켜가고 있다.

하지만 정말 이 정도로 많은 것들을 잃게 될 줄은 몰랐다.

 

아마 지금 당장 내가 (당연히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내 꿈을 실현한다해도

내 삶의 자국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아무도 나의 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심지어 나는 내 삶의 가장 낮은 곳을 딛고 있다.

이 아래 더 낮은 곳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보다 아래, 더 아래도 있을 것이다.

 

내가 포기할 수 있을까

저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욱 더 커지는 고통이 무섭고 두렵다.

나는 그 고통들을 정면에서 다 두드려맞을 것이다. 

그 고통들을 버티고 있을 내가 두렵다.

 

내 이 질긴 희망의 근거는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정말로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