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안양천을 따라 야외 달리기

밤 11시 50분 갑자기 달리고 싶어졌다. 다음 주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거의 3년만이었다. 러닝머신은 꾸준히 달렸어도 야외 달리기는 또 다르다.

 

5km나 뛸수 있을까, 3년 전에 야외 달리기를 했을 때도, 그때도 지금처럼 오랜만에 야외에서 달렸다. 당시에도 처음 뛸 때는 허벅지가 터질것 같고 허리가 아파서 5km를 뛰지 못했다. 물론 짬이 있다보니 3번째 달릴때 즈음부턴 정상적인 페이스로 달릴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고 가볍게 달렸다. 나이키 앱도 켜지 않고 시계로만 시간을 재서 저 앱화면에는 처음 4.5km가 누락돼있다. 즉 오늘 달린 전체 거리는 약 14km. 페이스는 6분 38초 ㅋ 부끄럽기 그지없는 페이스지만 평소보다 거의 3배의 거리를 달렸고 야외 달리기는 처음이라는 것으로 변명을 대신한다.

 

이번에도 달리자마자 허벅지가 부풀고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지만 다행히 몇킬로 뛰다보니 예전 실전 감각이 떠오르며 아픔이 사라졌다. 야외 도로에서 어떻게 달려야 하는지 그때의 폼이 떠올랐달까. 그래서 중간에 나이키 앱을 켜고 기록을 시작했다.

 

토요일 밤, 이 늦은 시간에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혼자 자전거를 타는 여자들도 여럿이었다. 나처럼 러닝을 하는 사람들도 몇명 있었다. 다들, 나처럼, 다음주 기상예보때문에 나온것일까, 혼자 정리할 생각들이 있었던걸까

 

달리기는 내 안에 신을 영접하는 어떤 의식같다. 달릴때 나는 진정한 내가 된다. 본질적인 내가 된다. 이물질이 제거된 고유의 성질만 남은 분자가 된다. 아주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계속 야외에서 달리게 될 것 같다. 그래서 기록을 남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