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식 3일차

모두닥을 이용해 예약했다.
 
스마일 라식을 받으려고 했으나
재수술의 경우 스마일 라식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검사결과 내 각막은 여전히 두꺼웠다.
- 이토록 두꺼운 각막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그래서 라식이 가능했다.
라섹은 너무 오랫동안 아플뿐 아니라 회복시기도 늦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무서웠는데 다행이었다.

 
라식 수술은 같았으나
예전과 다른 것은 시력검사를 아주 철저히 다양하게 하더라는 것이고
칼이 아닌 레이저로 집도했다.
전날 예약하고 다음날 검사와 동시에 수술까지 마쳤다.
수술은 한 5분쯤 걸린 거 같다. 아프지도 않았고 아주 간단했다.
 
prp 안약 치료라는 - 아무리봐도 별효과 없고 덤탱이에 가까운 치료법에 - 20만원을 추가로 지불하고 '프리미엄'라식을 받았다. 149만원이었고 약값은 4만원이었다. 안약값만 4만원이라니 수술 직후라 눈앞이 깜깜했는지 가격때문에 깜깜했는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3일이 지난 시점의 감상이라면 prp 안약치료는 역시나 덤탱이 치료법인거 같고 다시 한다면  '선택 안할' 것이다.
 
영업 상담사는 라식, 라섹에 대해 아는게 없었다. 물어보는 것마다 엉뚱한 대답만했고 라섹 수술만을 강요했다.
운동이나 투약방법같은 후유증 관리에 대해서도 계속 이상한 소리만 했다.
사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프리미엄 라식'을 선택했다. 프리미엄을 선택하지 않으면 내 눈에 해코지 할것 같았다.
결국 그 영업 상담사가 이긴것이다 ㅠ
 
남자 의사는 쿨했고 상세했다. 반면 여자 의사는 대충대충이었다.
느낌상 부부로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원장인 남자의사가 짤랐을 테니까.
강남의 병원건물들은 90%가 성형외과, 피부과였고 10%가 안과 또는 치과였다.
 
수술 후 첫날 밤은 피곤했다. 피를 그만큼 뽑았으니 피곤할만도 했다. 머리도 조금 아팠다.
둘째날 왼쪽 눈은 거의 시력을 회복했다. 오른쪽 눈은 여전히 흐릿했다. 원래는 둘째날 보호 렌즈를 제거한다는데 휴일이라 못했다.
셋째날 오늘, 
 
여자 의사는 내 오른쪽 눈을 보며 아직 오돌도톨하네. 재수술이니 그럴수 있지 혼잣말을 했다. 나한테는 어떤 말도 없이 혼자보고 혼자 검사가 끝났다며 나가라고 했다. 아니 씨발 검사를 했으면 검사가 어땠는지 이야기를 해줘야 할 거 아냐.
 
나가라고 하니 나갔다. 렌즈를 빼니 세상이 달라보였다.
처음 한시간 정도는 눈이 뻑뻑했다. 깜빡일때마다 불편했다. 그래서 길을 걸었다. 강남역에서 논현역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서서히 눈 앞이 밝아지더니 불편한 느낌이 완전히 사라졌다.
세상이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다. 구름이 걷히고 - 은유가 아니라 진짜 구름이 걷히고 - 햇빛이 쏟아졌다.
 
강남에는 눈코 수술을 하지 않은 여자가 단 한명도 없나 그런 생각을 했다. 지나가는 모든 여자들의 눈코를 상세히 볼 수 있었다.
광명이 찾아왔다.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건 첫번째 라식이었고
두번째로 잘한건 두번째 라식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