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광고를 돌려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어떤 결과을 마주해도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광고를 통해 나온 가설의 결과가 내 서비스의 쓸데없음을 입증한다해도

나는 그것에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가설의 부족을 지적할 것이며 표본의 부족을 지적할 것이다.

무엇보다 서비스를 보완하면 달라질 것이라 말할 것이다 -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까

 

그럼에도 광고를 먼저 돌려보는 것이 이성적으로 맞다는 건 알고 있다.

서비스를 완성한 후 광고를 돌리면

이제는 무조건 잘돼야한다는 압박감으로 전신이 마비되고 뇌는 좌뇌와 우뇌가 번갈아 진동해될테니 말이다.

 

하염없는 기다림.

방문과 동시에 나가버리는 고객들.

 

아무리 거절당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 거절의 감각.

그렇기에 먼저 광고를 돌리는 것이 마땅하다.

그 결과가 엉망을 가리킨다해도 결국 나는 서비스를 완성시키겠지만

 

내 멘탈을 위해서라도

그래 광고를 먼저 돌리는 것이 맞을 것이다.

 

'유난한 도전'이라는 토스팀의 (홍보)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n십년간 지옥의 인사동에 죽치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알고 싶은 것에는 답하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 것(배아파)에는 길게 답해주는

 

얄궂은 책임이 분명하지만

이렇게

그렇지, 먼저 광고를 해야지. 고객의 니즈는 생각도 안하고 또 개발을 먼저해버렸네 같은 '반성'과

 

근데 저들이 이전에 만들고 실패했던 서비스 중 하나와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Moonlit이 꽤나 비슷하구나

같은 슬픈 정보ㅜ

실패를 예감케하는 선각자의 조언

 

이번에도 안되겠구나 하는 체념이 몸에 스며드는 걸 느꼈다.

너무 실패를 오랫동안 하다보니 이게 몸에 익어버린 것이다.

미리 안될거라고 생각하고 실패하면 맞을 때 덜 아프다보니 본능적으로 그런 신호를 찾아낸 것이다.

 

그런데 이번것도 안되면 이제 나는 무얼 만드나. 

 

책만으론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아 유튜브에서 토스를 찾아봤더니 본인인증 모듈사업에 관해 토스에서 직접 찍은 다큐가 있었다.

- 책보다 훨씬 좋았다. 북한선전 책자가 아니었다. 강원도에서 만든 강원도 가이드북 느낌이 아니었다. 여기엔 토스가 보였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회의 중 나온 이승건 대표의 '부러뜨린다'는 표현이었다.

맞다. 가설만으로는 부러뜨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끝까지 해보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내가 핑계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시도 해보고 실패해야

나는 그것이 부러뜨려졌음을 느낀다.

부러뜨려지지 않은 것들은 미련이 남는다.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포기가 된다.

 

그렇기에 

광고를 먼저 해야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고 - 할 것이지만

그것의 결과가 어떻든 나는 끝까지 완성하고 정식 서비스를 돌리고

죽을 둥 살둥 아둥바둥 몸부림칠 것이다.

 

그리고 부러뜨릴 것이다.

부러뜨리고 나면 나는 내게 조금 더 가까워진다.

지금까지는 매번 죽고 싶었다. 하지만 항상 다음 기회에 대한 들뜸이 더 컸다.

다음번에는 될지도 모르잖아. 이런 같잖은 상상.

같잖다는 걸 알면서도 뒤질수가 없었다. 정말 모르는 건 맞으니까, 궁금했다.

 

이번에는 부러져도 그냥 버리지 않고 여기에 살을 붙일 거다.

게임도 넣고 그럴거다. - '메뉴를 늘리지 마라' - 모두가 하지말라하는 그 악성 표본이 될 거다.

첫째 이유는 내가 할 수 있는게 이것 뿐이며

둘째 이유는 지금 만들고 있는 이 세계가 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모두가 싫어해도 난 그 세계 안에 들어가 살거다.

셋째 이유는 어차피 망한거라면 여기에 게임을 붙이는게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 비용도 덜 든다.

 

좋다.

부러뜨리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