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서 전화가 왔다

사용내역 증빙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래전 등록한 줄 알았던 사업카드는 등록된 적이 없다고 했다.

나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도 사업비로 신고를 했다.

증빙을 못한다면 그에 대한 벌금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외에도 복잡한 것들이 많았다.

다행히 쿠팡에서 구입한 ai서버는 세무사님이 직접 처리해주신다 했다.

나는 그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항목에 대해서는 모두 취소 한후 그에 대한 벌금을 내겠다고 했다.

 

회계사님은 회사의 매출이 없는 것이 수상해보였는지

계속 "매출도 없고" 를 반복해 말씀하셨다.

어머니와 내 주변사람들 그리고 내 자신또한 스스로에게 지적해왔던

"어쨌든 매출이 없잖아"

라는 말을 완전한 제 3자에게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전화를 끊고 고양이의 콧잔등에 입을 맞추고

회사를 나와 한참을 정처없이 걸어 다녔다.

꽃을 파는 할머니는 흙이 잔뜩 담긴 리어카를 끌고 안양천 다리의 경사를 내려가고 계셨다.

중간에 몇번이나 멈추어가셨지만 사람들은 절묘하게 할머니를 비켜갔다.

리어카는 별로 무겁지 않았다.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서 어쩔수 없었다고 하셨다.

너무 고마워 하셔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내게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가벼운 무게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사업도 마찬가지겠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끌고 어떻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물건을 만드는지

난 (알아야할때가 이미 한참 지났음에도) 알지를 못하겠다.

 

그것이 내게 자격이 없음을 알려주는 신호일까?

회계사 누나는 친절했다. (당연히) 내편은 아니었지만 나를 도와주려고 했다.

 

너무나 내 자신이 부끄러워 견디기 힘들었다.